어제 새벽, 지각생을 만나러 갔었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지각생과 새벽 동이 틀 때 까지 회포를 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물론 IT 계통으로 같이 활동해왔던 터인지라 따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긴 하지만, 최근에 활동해오면서 느끼는 여러가지 감상들과 오랫동안 해결되오지 않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아이디어들은 매번 다르기 마련이라, 쌓이고 쌓여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으로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새벽이 몰려오면서 부족한 잠도 문제였고요.)

여러가지 이야기들 중 익명게시판에 대한 아이디어도 얘기했었습니다. 그러다 지각생의 감상이 인상적이어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문제, 사회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이 이야기에 동감합니다. 컴퓨터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는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신 활동을 모사해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사람들간의 문제는 사람들이 풀어야 하는 것이지요. 현재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네트워크 기술, 컴퓨터 기술에 의존하여 해결하려는 경향도 있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을 해보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제가 상상하고 있는 빈집넷, 해방넷을 그려보는 글입니다.

빈집넷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에 대해 주변 이야기들을 듣고 생각해 본 것들이 있습니다. 하나씩 나열해보자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게시판', '방문 예약 관리', '빈집 아카이브' 등이 있었습니다. 그 중 먼저 '누구나 쓸 수 있는 게시판'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게시판'은 빈집넷이나, 앞으로 해방넷에 필요한 게시판이어야 합니다.

첫 번째로 광고나 스팸이 등록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글을 남길 수 있게 된다면, 광고를 남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은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공개되어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광고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손쉽게 이용하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 누구나 쓸 수 있는 게시판이기 때문에, 가입을 하지 않고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에게 '가입'이라는 것은 '소속'을 만든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빈집에서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가입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빈집에 단기 투숙을 하거나 방문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은 빈마을 울타리 밖의 사람들에겐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의 위키미디어는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었지만, 아무도 관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양의 스팸으로 아무도 쓸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세 번째로 영속적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인터넷의 문제점 중 하나가 검색엔진에서 검색한 글 중 사라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도메인이 없어지거나, 사이트가 없어지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이전의 내용들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같은 내용의 글이 다른 곳에 등록되어 있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내용조차 없어져 버리는 경우가 허다해서 다시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아카이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지만, 사실 게시판이 계속 유지될 수 있고, 게시판 검색 기능이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위의 세 가지 요구사항을 더한 게시판을 구성해보고자 구상중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마

2013.05.11 17:07:01

지각생과 회포의 시간을 가지셨군여
지각생 은평을 근거지로 멋지게 활동하는 것 같던데ㅎ
건강히 잘해나가도록 지지해야 하는데..
조만간 찾아가봐야겠네요

누구나 쓸수있는 게시판, 좋은 의견입니다만..
일단 바라는 점들 3가지는 큰 틀에서 저도원하는 바입니다
일종의 열린공간 자유게시판인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세미나 광고나 활동 홍보 외에 가끔 오랜만에 안부 전하는 글 정도가 있는 듯 합니다
방문예약 시스템과 세미나나 활동 전용 게시판이 생기면 1달에 1번 글이 올라올지도 의문이구요
앞으로 외부필자가 생산한 글이나 사진이 얼마나 생산이 될것인지에 대한 예측 과정이 필요해보입니다
그것을 독려해낼 의지는 있는지도 판단해보아야 하구요

현재 비가입자도 손님으로 글을 쓸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끊이지 않는 스팸이죠 스팸을 걸러내는 방법과 아카이브나 검색을 활용한 자료화 방법의 구현이 고민의 포인트 같습니다 소속에 대한 부분은 현시스템도 딱히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언제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것을 현실화할 기술도 갖고있는 성재씨. 늘 감사합니다

성재

2013.05.15 02:25:00

이렇게 긴 답글은 처음 받아본 것 같습니다. :)


물론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대로'가 노력과 비용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니면, 일부러 노력을 들여서 만드는 것보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사용하는 것이 좋으니까요.
하지만 이미 우리는 그런 불편함들을 여러 부분에서 겪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한가지 불편함을 없애주면,

그것으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한 달에 한 번이 두 번, 혹은 세 번으로 늘어날 수도 있겠지요.


굳이 많은 사람들이 쓰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바로 제 자신,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이 불편하면

만들 수 있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태인 격언 중에

'신은 도처에 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들을 만들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없기 때문에, 자유소프트웨어가 있다'

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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