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와 카시트

조회 수 1976 추천 수 0 2019.06.14 21:45:07
오랫만에 세차를 했다. 기름때인지 진흙인지 모를 까만 얼룩들이 잔뜩 껴있던 휠이 은색으로 바뀌는 만큼 내 손도 까매지고 있었다. 검은색인줄 알았던 부품들의 원래 색을 보는 재미에 손이 더러워지는건 무시하고 한시간동안이나 세차에 열중했다.
'손은 닦으면 되지.'하고 생각했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몇번이고 양손으로 손을 문질러도, 때타올을 써도, 살색을 되찾은 손등과 달리 손톱은 검은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내일도 베이비페어에 가서 카시트를 팔아야 하는데.. 때가 낀것 같은 손톱을 가진 사람에게 카시트를 사고 싶은 부모는 아무도 없겠지. 사십만원짜리 카시트를 팔면 한대당 이천원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천원이면 싸구려 국산맥주 큰 캔과 아이스크림 하나. 아니면 동치미냉면육수와 2리터짜리 생수를 살 수 있는데.
이천원을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청결했던 손톱으로 되돌려야 했다.
일단 거뭇하게 물이 든 손톱 끝부분은 손톱깎이로 잘라서 제거하는 과감한 방법을 택했다. 손톱 밑에 낀 이물질은 짧아진 손톱 사이에 바늘로 살살 긁어 빼니 시간은 좀 걸렸지만 깨끗히 제거할 수 있었다. 문제는 손톱 하부의 살과 손톱의 경계인 큐티클에 붙어버린 기름때는 어쩔것인가? 손톱 윗부분이 새하얗게 깨끗해지니 큐티클의 거뭇한 자국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것만 같았다. 구급상자를 꺼내와 알콜스왑으로 문질러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매니큐어를 발라버리면 어떨까? 어두운색 매니큐어를 바르면 티가 덜 날거야.' 가까운 드럭스토어로 달려가 가장 싼 이천원짜리 검정색 매니큐어를 사왔다. 조심조심 한손을 다 바르고 나니 완벽한 검은색 손톱을 가진 손.. 그러니까 신생아용 카시트보다는 전자담배가 더 잘 어울리는 손톱이 되버렸다. 매니큐어 옆에 있던 매니큐어 리무버의 가격은 1600원.. 일주일동안 마실 우유 한팩과 같은 가격이었다. 약국에서 파는 600원짜리 아세톤에 색소를 약간 약간의 포장만 그럴싸하게 만든게 매니큐어 리무버라는 얘길 누군가가 했었지. 하지만 밤 열시가 되버린 지금도 영업중인 약국은 없다. 아니 꼭 1600원때문만이 아니고.. 검은 손톱이 정말 카시트와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왜 손톱은 살굿빛이어야 하나? 손톱이 꺼내면 좀 어때! 반항하듯 나머지 손에도 매니큐어를 바르고 매니큐어를 말리고 손가락을 펼쳐서 두손을 흔들었다. 나 부르는거야? 하는듯한 눈빛으로 고양이가 다가와 엄지 손톱으로 돌진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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