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6 대책위 마무리 자체평가

참여: 오디, 윤우, 서원, 수수

장소: 구름집

기록: 수수, 윤우.


  • 대책위의 잘한 점과 아쉬운 점, 등 소회:


- 마을 친구들의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고, 따라서 일 진행이 수월하지 않을 것임을 인지했어야 했던것 같습니다. 대책위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잘 풀려간 것 같습니다.

다른 아쉬운 지점은, B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이 바뀌었을지는 모르겠지만 A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바뀐 것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사실들이 가닿지 않아 아쉽습니다.

대책위의 결정사항문이 마을의 입장을 포괄하지 않았다는 주장들을 생각하면 아쉽습니다. 마을과 대책위의 생각이 충분히 융화가 되었으면 가장 좋았을겁니다. 그걸 이루어내기는 사실 굉장히 힘든 작업입니다. 앞으로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 사건을 받아들이는 마을 사람들이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것에만 집중하고, 죄를 제대로 미워하지 않은 것 같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해자의 주변 사람이고 가해자를 미워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의 잘못을 제대로 처리하는 일과 그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분리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 식구이자 친구였기 때문에 감정조절하기 힘들었단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경우 성폭력 사건은 (쌩판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가 아니고) 아는 사람, 친부, 가족, 남자친구, 남편, 선배, 친구 등에 의해 일어납니다. 이럴 때 피해자, 가해자 당사자보다 가장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이 정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습니다. 충격을 받거나 불편하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돌려버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너무 쉽게 방관자, 가해자 동조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준을 세우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책위가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일을 진행한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 진행 과정이 너무 고된 감정노동이었음에도, 그런 지점에서 일말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위의 ‘죄를 제대로 미워하기’에 이어 말하자면, A도 계속 자신의 잘못을 정확히 짚는 게 자신을 미워하거나 혐오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걸 잘 분리했다면 ‘대책위나 마을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여전히 A를 마을의 친구로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이해했을텐데 아쉽습니다.

대책위 내부에서 아쉬웠던 것은 감정문제입니다. 대책위 활동은 그 과정이 짧든 길든 본질은 설득의 과정, 갈등의 과정이었는데 저는 처음부터 ‘갈등’에 맞서 싸운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참여했습니다. 단순한 사무일과 설득의 과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마을 친구들과의 갈등을 감당해야 하는 일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첨예한 부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에서 문제제기를 받고 대응하면서 굉장한 감정소모가 있었습니다. 초반부에 참여율과 집중도가 굉장히 높았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대책위 내부에서 멀쩡한 사람보다는 지칠 대로 지친 구성원들이 더 많아 일 진행이 어려웠습니다. 다들 ‘싸울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비슷한 활동을 하게 된다면 조금 더 침착하게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사건을 마무리한 후, 빈마을 차원에서 성폭력이나 유사한 폭력사건에 대한 대응 지침까지 모색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했는데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대책위 활동이 그런 지점까지 진행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폭력에 대한 대응에 대해 생각보다 정서적,이성적으로 공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진행이 어려웠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대책위 활동이 조금 더 성공적이었다면 자연스럽게 후속 작업이 이끌어졌을 것입니다. 고갈된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이 충원해주며 다음 프로젝트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넝마가 된 우리들끼리 남아서 다음 이야기를 하는 건 사실상 힘에 부칩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염원했던 빈마을 폭력대응매뉴얼을 제작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대책위도 후반부에는 위와 같은 논의를 거의 하지 않고, A의 폭력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어찌보면 A의 반응에 이끌려갔던 것 같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이 일에 대해서 되돌아볼 여유가 많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또 사람들이 사고나 이성을 발휘하지 않아도 되는, 아무것도 없는 그 공허한 중간지대에 그렇게 많이 안착하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이 공간(빈마을)에서는 사람들이 대립을 할지언정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상대의 의견이 나와 다르다면,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이성적 도구를 활용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 회색지대에 숨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참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생각했던, 기대했던 것보다 빈집의 활력들이 이런 일들에는 미치지 못하는구나 하는 실망감이 있었습니다.

좋았던 것은 저도 이런 젠더 이슈에 대해서 구체적인 방법론이라던가, 어떻게 대응을 하고 거기에 대해서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지 몰랐었는데 실질적인 부분을 많이 배웠단 사실입니다. 그게 저에게 중요한 자산이 되어 앞으로는 다른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도 흔쾌히 도울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아쉬움을 넘어서 만족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처음에 대책위라는 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도 몰라서 갈팡질팡했었습니다. 많이 물어보고 방향 잡고 하는 게 어려웠지만 진행하면서 차차 알게 된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A는? 마을은? 결정문을 만든다는 것이 일단 목표였으나, 그 후로 무슨 행동을 할 지, 대립하는 관계들을 어떻게 풀어갈지는 방향을 못 잡았습니다. 1년 이상의 기간을 생각하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등, 초반의 논의가 사라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래서 지금 해체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됩니다. A도 그대로고 마을도 그대로고 이대로 끝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엔 마을이 변화 없이 그대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뭔가 변화가 생기긴 했는데 드라마틱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분명한 변화는 마을에 폭력사건이 생겼을 때 피해를 호소하는 측이 방치되지 않게 집단적으로 행동했다는 선례를 남긴 것입니다. 사람들의 뇌리에 대책위의 활동이 남았고, 이는 굉장히 긍정적인 결과라고 봅니다. 작은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또한 빈마을에서 연대활동을 하거나 저항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대책위 활동에 대한 비슷한 연대가 일어나기를 무의식적으로 바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쉽게 연대할 수 있는 카테고리는 환경이나 노동이었지 딱히 페미니즘 이슈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책위 구성원의 자격이나 대표성 등을 따지는 목소리가 연대 이전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외 받는 문제 내부에서도 또다시 소외 받는 카테고리가 성폭력 문제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몰릴 대로 몰려서 진행이 되었단 생각이 듭니다. 뭉쳐있었지만 구성원들 각자가 고립감, 설명하기 어려운 외로움을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긍정적인 결과 중 하나는 B에 대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간 B가 마을에서 느꼈을 고립감이나 답답함이 얼마나 개선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대책위의 운영에 대해 아쉬운 점은 더 철저한 절차를 밟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진상조사와 폭력의 정의에 대한 세부규명 등을 할 때 많은 자료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친 점이 있었고 2차 가해에 대해서는 진행 중간에 사실확인여부를 다시 밟아야 하는 등 운영이 완벽하지는 못했습니다. ‘폭력’이란 단어가 사람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너무 크게 다가간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부터 좀 더 꼼꼼한 운영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이를 놓친 점이 아쉽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마을에 대한 실망이 컸습니다. 대책위가 모든 것을 다 친절히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많았습니다. 반성폭력이 무엇이고, 스토킹이 무엇이고, 대책위는 무엇을 위한 조직인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다 자료가 있습니다. 물론 찾아보기 어렵다면 대책위에게 문의를 해도 되지만, 그런 종류의 문의는 오지 않았고 더 친절한 설명과 진행방식에 대한 요구만 받았다고 느꼈습니다. 인권이나 반폭력 감수성이란 스스로 알아보려는 태도에서부터 생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을에 그게 부족한 게 보였고 이런 태도를 이끌어내지 못했단 점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피, 가해자 상호간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상호 간의 일반적인 갈등은 공식 위원회를 통해 해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니다. 학생 간 폭력을 다룰 때 학교에서 폭력 가해자에 대한 대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란히 앉혀놓고 서로 화해를 시키는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이처럼 폭력을 상호 간의 단순 갈등으로 본다면 폭력에 대한 은폐가 생기게 됩니다. 단순한 갈등과, 폭력은 다릅니다. 공식적인 문제로 처리해야 하는 것은 상호 갈등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점을 확실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이 인식을 자리 잡게 하는 데에 대책위 활동이 단초가 되지 않았을까 기대해봅니다.


  • 그간 진행되었던 대책위 활동 정리

  • 마을에서 자체적 진행조사를 위해 A와의 이야기자리, B와의 이야기자리, 회의체와의 이야기자리 모임을 만듦.

  • 진상조사 후 해당 사건을 무엇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마을 차원의 모임을 함

→ 1) 2014년 겨울 사건을 A의 B에 대한 폭력으로 규정함.

    2) 추후 마을 단위의 폭력대책위를 꾸려 사건에 대한 대응을 진행하기로 결정함.


  1. 대책위 성립 및 구성

  2. A의 B에 대한 폭력을 그 양상과 행위 등에 따라 세부적으로 분석하여 자료를 만듦

  3. 원활한 사건 해결을 위한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자문 및 상담 요청

  4. A의 폭력에 대한, 그리고 2014년 겨울사건 총체에 대한 마을단위 결정사항문을 만듦

  5. “2014년 겨울사건에 대한 빈마을 결정사항 설명회” 를 엶. 해당 설명회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의 스토킹에 대한 설명과, 폭력 사건 발생 시 마을단위 대책에 대한 강의를 들은 후, 대책위의 마을단위 결정사항을 공유/설명 하는 방식으로 진행 됨.

  6. 2014년 겨울사건을 다뤘던 “회의체”와 B의 만남 자리에 참여

  7. Z의 2차가해 진위여부에 대한 의문 포착 후 재조사. 당시 같은 자리에 있던 두 명의 마을 사람과 B에게 사건정황설명을 요청, 크로스체킹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결론을 내림. 이후 B와 Z의 만남을 진행하기로 함. (진행중)

  8. 대책위 마무리 평가회의 진행

  9. 결정사항에 따른 회의체의 사과문 작성 및 게시 완료


  • 남아있거나, 진행 중인 대책위 일들:

  1. 빈마을 게시판에 대책위 활동 마무리 알리기

  2. 피해호소인인 B와 2차가해인 Z의 만남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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